가끔일기

아산 병원.6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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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심각한 구토를 뒤로 하고, 엄마는 푹 잤고, (비록 1시간에 1번씩 깨서 화장실에 가긴 했지만;) 꽤나 무난하게 밤을 보냈다.

아침에는 속이 괜찮아졌는지 잘 깼고, 아침 6:30분부터 운동을 하겠다고 그랬다. 나는 너무나도 졸린데..

잠깐 꼼지락 운동을 하다가 의사 선생님 회진하시는 걸 보고 그냥 지나갈까 싶어서 우리는 그냥 입원실로 들어왔다.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입원해 있는 동안 주치의 선생님은 2번 정도 본 것 같다. 담당의 선생님은 거의 매일 본다.

담당의 선생님이 아침에 일찍 오시기 때문에, 오셔서 물어볼 거 물어보고 나면, 나중에 주치의 선생님이 오시면 딱히 물어 볼게 없어서 안묻게 되는...

뭐 그랬다.

 

 

 

어제 확인했을 때, 아침이 금식인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까 미음이라고 적혀있다. 내가 어제 잘못 본건가?

아침에 미음이 나와서, 담당의 선생님이 복도에 계시길래 오늘 아침 금식 아니었나요? 하고 물었더니, 아닌데요? 하시더라.

병원에 입원해 있다보면, 간호사 선생님들과 대화를 더 많이 하게 되는데, 24시간 동안 이래저래 여기저기서 듣다보니 헷갈렸던 것 같다.

간호사 선생님들의 처치와 처방은 모두 의사 선생님들의 오더를 통해 하는거라, 수시로 채팅이 오가는 것 같다.

무지하게 바쁘다. 이분들.. 3교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7시, 15시, 23시가 되기 전 1~2시간 동안은 다음 간호사에게 인계를 하기 때문에 진짜 엄청 바쁘고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환자가 와서 말 끊기면 헷갈리니까, 급하지 않은 건 말하기가 좀 그렇기도 했고..

대기업은 역시 극한 직업이다. 페이가 많은 대신 엄청나게 바쁘지. 프로.👍

 

 

 

엄마에게 미션을 다시 주기로 했다. 운동할 시간을 시계를 확인하면서 나에게 알려주라고.

소소한 할일을 규칙성을 만들어서 하는 게, 우울증 방지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멀리 내다보며 우울해 하지 말고, 당장 현실 속에서 할일을 찾아서 규칙적으로 하다보면, 공허한 시간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엄마의 입장을 감히 알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 보았다.

엄마는 그렇게 해보겠다고 했다. 어쨌든 우리에게 운동은 중요한 일이니까.

 

 

 

어제는 아이스아메리카노 재료를 미리 사다 놓았다. 얼음컵과 알커피.

자리를 비우기가 너무나도 불안했는데, 커피 사먹을 시간까지 뺏길 순 없지. 그리고 여기 커피가 생각보다 맛이 없다.

그냥 아.아.를 제조해서 먹기로 했다. 필요한 준비물은 얼음컵, 냉장 생수, 알커피, 종이컵.

2인 실에는 냉장고가 있는데, 위에 달려있는 냉동칸이 작동을 잘 해서, 하루가 지났는데 꽝꽝 언 상태로 유지되어 있었다. good~!!

여기서 제일 필요한 것은 얼음컵이다. 다행히, 지하 1층 H마트에 얼음컵 대용량을 판매하더라. 1,200원이다.ㅎ

생수는 300ml정도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만들어 먹기에 꽤 괜찮은 카x 알커피를 어제 미리 사가지고 왔지. 4,580원. 10개가 들어있다.

얼음컵만 준비되어 있다면 10번 먹을 수 있다.

얼음컵에 빨대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비닐 개봉 전 잘 부셔서 놓고, 그 위에 차가운 생수를 적당량 붓는다.

그 다음, 다용도실로 가서 종이컵에 알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서 살살 돌려서 잘 녹인다.

포인트는 뜨거운 물을 많이 부으면, 얼음이 많이 녹으니, 뜨거운 물을 조금만 부어서 커피를 만드는 것.

생수를 부은 얼음컵에 잘 녹인 커피를 붓는다.

그리고 그 위에 차가운 생수를 추가로 넣어서 마무리 해 준 후, 빨대를 꽂아 섞어주면 완성.

그래서 오늘 아침은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에너지바로 시작했다. 나쁘지 않은데?

집에 가면, 에너지바를 주문해서 아침 대용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예상보다 오래 있다보니, 씻는 것도 매일 씻지 못하고 2틀에 한번 씻고, 옷을 같은 걸 며칠 씩 입고, 내가 정말 캠핑에 최적화 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주기적으로 했다. 미칠 정도로 찜찜하지 않다. (머리를 못 감은 날 제외)

 

 

 

오늘은 엑스레이 결과가 나쁘지 않고, 피검 결과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예상된 스케줄대로 가는 것 같다. 병원에서는 퇴원 준비를 해야 하니까..

보통, 금식 > 물 > 미음 > 죽 > 밥 이 소화가 되면 퇴원이다.

큰 병원들은 병실이 매우 부족하다. 점심 때는 죽이 나온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먹기를 도전해 본다. 구토만 안하면 성공적이다.

병원에서도 성공적으로 밥을 주고, 퇴원을 시킬 수 있게 된다..👏🏻

어제 구토 유발을 했던 항생제는 알약으로 대체되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좋은 소식이라며 변경되었다고 알려주었는데, 어쩜 저렇게 말을 예쁘게 하는지, 다들..👍 예쁘고 착하셔.

 

 

 

오늘의 저녁이다. 엄마가 야채죽은 조금 느끼하다고 했다.

내일 아침을 마지막으로, 퇴원이다. 엄마는 시간이 다르게 괜찮아지고 있다. 등이 좀 많이 아프다고 하긴 하는데, 그건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아직 소화를 제대로 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고기류는 쉽지 않았는데, 천천히 오래오래 씹어서 삼키긴 했다.

어쨌든 항생제를 주사로 맞지 않아서, 부작용이 없는 것 같다.

수술 부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니까, 다른 선택도 불가능하긴 했던 거다.

외래는 2주 후로 잡혔다. 내가 아니면 보호자로 올 사람이 없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긴 해야하는데, 사실 좀 힘들긴 하다.

(물론 이건 나 혼자만의 비밀이지.) 이 또한 지나가리다....

오늘 밤은 무사히 지나가길 기대해 본다. 오늘은 저녁을 먹고 급 마무리를 해본다. 끝.

 

 

 

 

 

 


엄마의 아산 병원 입원, 그리고 나는 상주 보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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