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일기

아산 병원.8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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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아산 병원.8 까지 쓰게 되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그냥 시간을 보냈다.

엄마는 수술한 일부분의 실을 빼 내었고, 배액 주머니(피주머니) 한쪽을 제거했다.

오늘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하루가 다 지나서,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어제, 사실은 조직검사 결과를 들었다.

주치의 선생님 부재중이라 다른 의사가 와서 알려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결과가 좋진 않았다. 초기라고 들었는데, 초기가 아니었다.

오늘은 주말이라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어제 오셨던 다른 의사 선생님이 내일이 퇴원이라고 말해주고 가셨다.
어제 미처 물어보지 못했던 디테일한 부분을 물어봤는데, 더 좋지 않았다..

입원이 연장된 대신, 1주 뒤에 들어도 될 결과를 더 일찍 듣게 됨으로, 엄마는 우울감에 빠졌다.

어제는 눈물까진 아니었는데, 오늘은 내가 쫓아가서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는 내용을 들었는지, 눈물을 보였다.

나는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지..

 

 

 

어제 동생은 나에게 조직검사 결과지와 의무기록 사본을 요구했다.

나는 아직 없다고 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다운받으라고 했다. 동생은 결국 못 찾았다.

잠이 오지 않았던 나는, 엄마 핸드폰에 있는 아산병원 어플에 들어가 의무기록사본 발급을 신청했다.

이런 것 까지 내가 해야겠니? 라고 말하지 않았다. 걔도 정신이 없으니 못 찾았겠지..

 

어플에서 돋보기 모양을 찾아 의무 라고 검색하면, 메뉴를 찾을 수 있다.




어젠 생각해보니 엄마랑 아산병원 야외 정원에도 다녀왔었다. 참 좋았는데, 말이다.

안 좋은 일은 늘 한꺼번에 온다며, 나중에 좋은 일도 한꺼번에 온다던 작은 아빠의 멀리서 온 메세지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작은 아빠의 꿈에 자꾸 아빠가 나왔다던데.. 어떤 모습이었을까?

왜 이렇게 엄마 아빠의 병을 예감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은걸까?

들었을 때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자꾸만 그것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어제 조금 많이 우울했었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 아침. 아침밥이 나왔고, 엄마 또 힘을 내서 밥을 먹었다.

나도 자고 일어나니 조금은 나았다. 물론 엄마는 걱정으로 뒤덮혀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다, 아침에 겨우 잠을 이뤘지만, 조금이라도 자면서 잊은 듯 했다.

오늘 아침 우리 병실 담당 간호사님은 내 개인적 기준으론 1타로 친절한 분이 담당하게 되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졌고, 엄마도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뭐든 쿨하게 얘기해 주지만,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며, 잊지 않고 챙겨주는 프로같은 분이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피곤한 마음에 커피1잔을 원샷 했고, 남은 얼음에 커피를 또 한잔 타서 마셨다.

퇴원이 늦어졌기에, 유통 기한이 제일 빠른 포켓몬빵 1개를 소진했다. 그렇게 띠부실을 또 하나 득했다.

그리고, 엄마가 어제 먹고 싶다고 하셔서 사왔던 삶은 계란을 하나 먹었다. 간간하니 맛나더라.

와중에 밥도 자알 넘어가고, 엄마랑 운동도 했고, 오늘은 둘이 앉아 티비까지 보았다. 서진이네~ 참 재밌더라...

2인실에는 이렇게 침대마다 티비가 달려있는데, 우린 그동안 이용을 못했었다.

퇴원 전 날에야 이렇게 티비를 보고 있네. 내일은 퇴원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5일 뒤에 또 병원 외래를 보러 와야하고, 또 일주일 뒤부터 엄마의 치료가 시작된다.

 

우리 또 고비를 넘기면, 다시 잘 살 수 있을거야. 화이팅! 힘냅시다. 부디.



 

 


부디 나를 위해 오래오래 살아줘
엄마의 아산 병원 입원, 그리고 제대로 된 상주보호자 역할을 처음 해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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