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일기

다시 아산 병원.

202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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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안타깝게도 엄마는 오늘 첫 항암을 받는 예정일이다.
왜 확정일이 아니고 예정일이냐 하면, 피검사와 기타 다른 검사 결과가 양호하면, 입원실을 예약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양호하더라도, 입원실이 꽉 차 있다면 입원를 못하고 대기를 해야 하는데, 대기를 걸어놓으면 환자(고객)에게 연락를 준다고 했다.
그런데 대기를 걸어놓아도, 쉽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연기하라는 연락이 오는 그런 시스템.
만약, 계속 병실 자리를 못 잡아, 항암 전 검사를 한지 일주일이 넘어가면, 다시 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예정일이었다. 확정일이 아니고..



힘이 들어 오랫동안 대기할 수 없는 엄마를 다시 돌려보내고, 나 혼자 병원에 남았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김에, 수시로 창구에서 빈자리를 확인하려는 계획을 잡았다.

나는 어차피 오늘 하루 통으로 시간을 비워 뒀거덩.
미안한 건 우리 아이에게 나의 빈자리가 또 생긴 것.😭



창구에서 1번째 확인을 했다. 그리고 5시까지 대기를 하겠음을 말씀드렸다.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도 뭘 어떡하겠나. 의지의 한국인으로 오늘 하루종일 기다려 보기로 결론을 냈다.

엄마는 내가 해결해줄거라 기대하며 기다릴 게 뻔했다.
아파 죽겠는데, 돈내고 치료를 받을래도 기다려야 하고, 치료를 받고 나서도 엄청 아플 게 뻔하고, 조금 나을라치면 다시 다음 항암을 준비해야하는 너무나도 서글픈 병.
너무나도 아플 꺼 뻔히 알아서 더 걱정되는 병.
심지어 주변 가족들에게 미안함이 자꾸만 생겨서 마음의 병마저 더 커지는 그런 병에 걸린 안타까운 우리 엄마.😭



한참 기다리다보니 점심시간인가? 왜 또 갑자기 배고파?
아산병원 편의점으로 가서 매우 익숙하게 김밥과 라면, 얼음컵과 칸타타 커피를 구매했다. 라면 익히는 와중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자연스럽게 받고, 다 먹고 또 전화하겠다고 했다.

여유가 좀 생겼네? 한달 전까지만 해도 꼭 필요한 전화가 아니면 설명하기 귀찮아 안 받고 말았는데.

그나저나 그친구, 우리 엄마 어디 아픈지도 모르면서, 엄마는 괜찮으시냐고. .. 너무나도 익숙하게 끝나지 않는 나의 최근 근황.




오늘은 날씨조차 너무나도 좋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 꽃가루 빼곤 완벽.
비가 왔다면 우울했을텐데, 날씨가 좋으니까 짜증이남.

어쨌든 나는 오늘 마감 시간까지 자리를 잡고 기다려 보려고 한다. 입원까지 완료하면 정말 완벽한 하루가 완성될테니까.






결국 입원은 못했다.
입원 일정을 연기하라고 했다. 연기를 했다.
연기한 이후에도 다시 재연기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첫 항암이라 그러한데, 두번째 항암도 연기가 되면 항암 텀이 길어져 효과가 떨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 너무한 거 아닌가?



나의 노오력의 흔적 : 번호표

 

 

 

창구 직원 왈, 이 문자가 왔다면 오늘은 쉽지 않다는 말이라고.
그런데, 입원하라고 하자마자 이 문자를 보냈다. 진짜 너무한 것 같다.





다시 아산 병원. 항암 1차. 입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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