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일기

아산 병원.4

2023. 4. 12.
SMALL

엄마의 무기력감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암같은 존재라고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그건 욕이고, 그 욕은 정말 나쁜 욕인 것 같다. 암이라는 건, 진짜 무서운 거니까.

몇년 전 우리 가족 중 처음으로 아빠가 아팠을 때, 아빠가 해결할 수 없는, 그 아픔의 진단명이 약도 없는 희귀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게 평생 열심히 일하고, 이제 연금받아서 편히 쉴 수 있을 때, 딱 그 나이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정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약이라도 있는 병에 걸렸으면 어떻겠나 싶었다.

몇 개월 후, 엄마가 암 진단을 받았다. 어쩌면 둘이 같이 아프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암은 약은 있다. 약은 있는데, 완치율이 높지가 않은 병이지 않은가.

차라리, 약이라도 있는 병에 걸렸으면 어떻겠나 싶었던 생각을 했었던 내가 몹시 원망스러웠었다.

 

 

 

오늘은 금식 해제가 될 수 있겠지?

엄마는 드디어 배가 고프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저께는, 후각이 미처 살아나지 않아서, 옆 환자가 밥을 먹어도 냄새를 맡지 못하였고, 밥에 대한 별 생각이 없었다.

어제는 후각이 갑자기 살아났다. 지금 생각해보니 후각이 갑자기 살아났기 때문에, 더 속이 안 좋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어제는 옆 환자가 밥을 먹을 때, 우리는 나가서 운동을 했다.

나는 냄새를 잘 못 맡아서 몰랐는데, 옆 환자 분들이 어제 8시 넘어서도 뭘 드셨다고 엄마가 얘기를 했다.

나는 아무런 냄새를 맡지 못했는데, 엄마는 3년 전 항암 이후 후각이 굉장히 예민해지신 상태이다.

능력을 하나 얻은건가?...

 

 

 

가스 배출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기분이 좋아졌다. 심리적으로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금요일 수술 이후, 토, 일, 월, 화요일. 그러니까 5일 차에 다시 가스 배출이 시작된거다.

수술 다음날 가스 배출이 되어 순조롭게 진행되나 싶었는데, 그 이후 근 이틀간 다시 가스 배출이 안되어 가스가 차 있었더니, 견디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리고 오늘 가스 배출이 순조롭게 되니까, 확실히 배가 가벼워진 느낌이고, 빵빵해진 느낌이 사라졌다고 했다.

엄마가 기분이 좋아지니까, 나도 한결 가벼워졌다.

내일은 죽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은 죽을 먹을 수 있을 줄 알고, 편의점과 마트에서 컵밥과 컵라면 등을 사가지고 들어왔었다.

어차피 죽이 나와도 엄마가 혼자 다 먹지 못할 양이라, 나는 옆에서 컵밥과 함께 반찬들을 함께 먹으려 했었다.

계획이 무산되자 엄마는 아침부터 멘붕에 빠졌고, 오늘 점심은 식당에 가기도 귀찮아서 후각에 민감해진 엄마가 운동하러 밖에 나간 사이 컵밥을 먹었다.

오늘따라 배가 좀 고프더라.. 3시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3시에는 질병에 관한 교육을 받으러 가야했기 때문에, 그전에 식사를 하긴 해야했다.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내가 밥을 잘 챙겨먹어야 엄마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기도 하니까....

오늘의 장보기(?!) 목록은 이렇다.

한 바퀴 돌 겸, 편의점과 H마트 두 곳에서 구매했는데, H마트에는 컵얼음 빅사이즈가 있었고, 편의점에는 빅사이즈가 없다는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포켓몬 빵은 양쪽 다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H마트는 포켓몬 빵이 구석에 있어서 발견하기가 쉽지가 않았고,

그래서 집에 가기 전에 아이에게 갖다줄 전리품은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고 왔다.(?!)

 

햇반 회사는 각 병원에서 얻는 수익이 장난 아니겠다는 생각을 오늘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이제껏 캠핑장에서 수익이 장난아니겠다 싶었는데, 병원 수익도 장난이 아닐 것 같다.

간병인들이 햇반으로 연명하고 있으니까....

맛은? 너무 짜서 좀 그랬다.

오랜만에 블로그를 하겠다고 이렇게 다용도실 사진을 찍어 왔다. 그냥 전체적으로 보면 그냥 그러한데,

기기 하나하나를 보면 좋다. 나쁘지 않고 깔끔했다.

간병인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간병인1의 개인적인 의견임)

그리고, 아산 병원 입원실 배식 시간... 있길래 찍어 왔다.

우린 아직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질 못해서, 시간이 의미가 없긴 하지만!

 

 

 

오후 3시에는 질병에 대한 교육과 식단에 관한 교육을 들었다.

질병에 대한 이해를 여러명을 모아놓고 교육을 시켜주었는데, 입원 중에 궁금한 사항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입원 하자마자 교육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은 파이토케미컬, 들을 때는 쉬운데 실행이 어려운 법이라, 고민이 많이 생기는 시간이었다.

 

 

 

저녁은 최소 한끼는 식당에서 해결하라는 엄마의 응원에 힘입어, 남경에서 우삼겹짬뽕을 먹었다.

짜지 않고 나름의 건강한 맛이 느껴지는 우삼겹짬뽕이었다.

고기가 들어있어서 든든했다. good~!

나만 잘 먹고 지내는 것 같아서 엄마에게 매우 미안...

 

 

 

 

 

 

 


엄마의 아산 병원 입원, 그리고 상주 보호자.

LIST

'가끔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산 병원.6  (0) 2023.04.13
아산 병원.5  (0) 2023.04.13
아산 병원.3  (0) 2023.04.11
아산 병원.2  (0) 2023.04.09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