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일기

아산 병원.3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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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바쁘게 생활하다가, 병원 보호자 침대를 의자로 만들어 앉아있자니, 정말이지 일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나의 오래된 메모장인 블로그에 매일매일 들어와서 일기를 남기고 있다.

오늘은 엄마도 푹 잤고, 나도 푹 잤고. 그랬는데,

엄마가 일어나자마자 살 것 같다고 해서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이제 기운이 나는지 옆 침대 사람들이 계신 것도 의식을 하는 것 같다. (여기는 2인실)

오전 9시 경 의사선생님이 회진하면서, 오늘 엑스레이 결과를 봐서 금식을 해제하고 죽을 줄 수도 있다는 말에, 엄마가 웃는 모습을 보았다.

밥을 먹지 못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T.T

우리 엄마는 평소에도 많이 먹지도 않아, 뼈에 살만 붙어 있는 느낌으로 살았는데,

어제는 물만 300ml, 오늘은 물 500ml 정도 허용받아서 거의 무인도에 살 듯이 먹고 있으니, 기운이 더 없을 수 밖에..

 

 

 

회진 시간은 의사 선생님마다 다르다.

입원 병동 벽에 보면, 퇴원 여정(여정이라니 굉장히 감성적), 의사 선생님 회진 시간 등이 적혀 있다.

회진 시간은 의사 선생님마다 다른데, 어떤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틈을 내서 방문하신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교수님을 어떻게 굉장히 잘 만난 것 같다. 덕분에, 엄마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다.

지난 번 수술 때는, 굉장히 날카로운 젊은 의사였는데, 보호자 입장에서는 맞는 말을 저렇게 맞게 하니까 깔끔하니 좋다고 이해할 수도 있는데,

환자 당사자 입장에서 같이 듣고 있자면 조금,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을 만한 느낌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 의사가 나빴다는 건 전혀 아니다.)

나이가 많은 안 날카로운 의사가 말을 굉장히 날카롭게 조크를 날릴 때는, 뭐 저런 걸 조크라고 날리냐?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그냥 그 사람의 스타일이었음을, 4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그렇게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정도면 오래 살고 있는 거다. 이정도?)

 

여튼, 회진 시간은 선생님마다 다른데, 정해진 회진 스케줄 외에도, 진료가 없는 시간 방문하시는 경우도 있고, 매번 다른 것 같다.

이번에는 수술 시간이 조금 늦춰졌는데, 의사 선생님이 직접 와서 조금 늦어졌다고 말을 해주셔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후기를 엄마가 들려주었다.

환자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그렇다. 보호자도.

 

 

 

간호사 분들의 교대는 3교대였다.

매일 7시, 15시, 23시에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교대 시간이다.

그래서 7시, 15시, 23시가 되기 1시간 전에는 인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간호사 선생님들이 굉장히 바쁘다.

우리가 입원해 있는 병동만 시간이 이런 건지, 다른 병동도 같은 시간에 교대가 이루어 지는지는 모르겠다.

간호 선생님들은 바로 옆 병동과 우리 병동을 왔다갔다하면서, 스케줄을 짜는 것 같았다.

어제 친절해서 고마웠던 간호 선생님들이 내일은 같은 시간에 다른 병동에 가서 앉아계셨고, 늘 바빠서 눈 마주치며 인사할 시간은 안되었다.

하지만 어제 친절해서 고마웠던 간호 선생님들의 연속이다. 너무 고마웠는데, 다음에 오는 간호사 분들도 친절하고,

어디 안 친절한 간호사가 없었다. 친절 교육을 받는건가? 원래 친절한건가?

너무 친절하고 고맙고, 예쁘고, 고맙다.

나보다 젊어서 그냥 마냥 예쁜 건 아니고,ㅎ

다들 예쁘고 고맙다.

 

 

 

아침에는 빵으로 대충 때우고, 오후가 되니 배가 고파서 3시 넘어 푸트코트를 찾았다.

푸드코트는 지하 1층에 있다. "나미"라는 일식집을 갈까? 싶었는데, 가성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올 때야 거길 가도 별 생각이 없을 것 같은데, 나는 지금 상주 보호자.

가성비를 챙겨 보기로 했다.

가성비를 챙겼다. 맛이 괜찮았고, 배가 엄청 불렀다. 가격은 9천원.

그런데 쓸데없는 가성비였다..

 

엄마가 속이 안 좋아서 자꾸 구토 증상이 나타나는 바람에 금식이 다시 설정되었고, 다시 금식 모드에 돌입하여, 엄마의 죽을 내가 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죽인데, 죽만 나올 줄 알았더니, 반찬이 진짜 많이 나왔다. 배가 불렀다.

3시 넘어서 밥을 먹고, 심지어 배부르게 먹고, 6시에 또 먹으니, 이건 또 뭔가 싶었다.

하지만, 다 먹었지. 밤은 너무나도 기니까...

 

 

 

구토가 나오는 이유는 가스가 제대로 배출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술 다음날 정상적으로 가스를 배출하여 순조롭게 가는 듯 보였지만, 그 다음날인 3일차에는 가스 배출을 못하였고, 4일차에도 그러했다.

그래서 엑스레이 상 한쪽에 까맣게 가스가 가득 찬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가스가 계속 차게 되면, 울렁거림, 어지러움, 구역질, 구토 증상이 나올 수 있음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1시간마다 20분씩 계속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걸로 가스 배출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밤새 가스 배출에 관련된 글을 검색하다가, 비슷한 질병에 대한 블로그 일기도 정주행하고 그러느라, 블로그 글을 하루안에 마무리를 못했고,

지금은 다음날 이어서 쓰는 일기이다..ㅎㅎ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다음 일기로 넘어가야겠다.

간호사 선생님들 교대가 끝났고, 옆 환자는 아침도 다 드시고 퇴원 준비를 하신다.

 

 

 

어제 본 뉴스인데 22.12.28일 기준이구나.

 

 

 


엄마의 아산병원 입원, 그리고 상주보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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